[일본요괴] 뒷머리가 호리병박인 그 할아버지, 일본 요괴 누라리혼의 정체

안녕하세요. 오늘은 머리 모양만 봐도 한 번 더 보게 되는 일본 요괴, 누라리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누라리혼은 한자로 활표라고도 적습니다. 유카타나 기모노를 입은 노인인데, 뒤통수가 호리병박처럼 길게 빠져 나온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무섭다기보다 미끄럽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느낌이 이름에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ぬらりひょん이라고 부르며, 에도시대 요괴 그림책에 모습이 남아 있는 존재입니다. 오늘은 생김새, 집에 들어와 차를 마시는 버릇, 그리고 요괴 총대장이라는 별명이 어디서 왔는지를 차례로 풀어 보겠습니다.
1. 뒷머리가 호리병박처럼 길게 뻗은 노인

누라리혼을 처음 보는 사람이 기억하는 건 거의 항상 얼굴이 아니라 머리입니다. 앞모습은 주름진 할아버지인데, 뒤로 갈수록 두상이 둥글고 길게 솟아 있습니다. 편두처럼 뒤통수만 유난히 튀어나온 그 실루엣 때문에, 그림만 봐도 “아, 이 요괴” 하고 알아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은 가늘고, 입가에는 미소가 남아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험악한 도깨비보다 숨 가쁘게 늙은 명문가 노인에 가깝습니다.
이름부터가 생김새를 설명합니다. ぬらり는 미끄럽다는 뜻이고, ひょん은 둥실 떠오르는 소리에 가깝습니다. 한자의 표는 호리병박을 가리킵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이 요괴를 호리병박 메기처럼 붙잡히지 않는 존재로 여겼습니다. 손을 뻗으면 빠져나가고, 정체를 물으면 대답이 미끄러집니다. 힘자랑을 하는 요괴가 아니라, 형체가 손에 안 감기는 요괴입니다.
에도시대 그림에서는 가사나 좋은 옷을 걸친 노인이 가마에서 내리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새와키 스시의 백괴도권, 도리야마 세키엔의 화도백귀야행에 그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그 그림들에는 긴 설명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빈칸이 많았기 때문에 후대 사람들이 성격과 직책을 하나씩 보탠 요괴입니다. 생김새는 오래되었고, 지금 우리가 아는 성격은 비교적 나중에 붙었습니다. 그래서 누라리혼을 이야기할 때는 머리 모양과 이름을 먼저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2. 바쁜 저녁에 남의 집 상석을 차지하는 요괴

지금 가장 널리 알려진 누라리혼의 습성은 이렇습니다. 해가 기울어 집 안이 분주한 저녁,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게 마루에 올라옵니다. 차를 마시고 곰방대를 빌리며, 자기 집인 양 자리를 잡습니다. 집 사람이 봐도 “이분은 우리 집 주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합니다. 이상하다고 느껴도 내쫓지 못합니다. 당당함이 의심을 삼켜 버리기 때문입니다. 소리쳐 쫓아내는 이야기보다, 이미 상석에 앉아 버린 뒤에야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남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요괴의 힘은 발톱이나 불길이 아닙니다. 자리를 빼앗는 힘입니다. 투명인간처럼 숨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거기 있던 사람처럼 보이게 만듭니다. 바쁜 시간에 나타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사람이 손을 놓기 어려운 순간을 고르기 때문입니다. 저녁밥이 끓고, 손님이 오가는 그 틈에 앉으면, 누구든 “저분은 원래 계신 분”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창작에서는 이 습성이 여러 방향으로 갈라집니다. 게게게의 키타로에서는 인간과 요괴의 공존을 거부하는 악역 수장으로 나옵니다. 고층 빌딩을 아지트로 삼고, 키타로를 방해하는 계략을 반복하는 인물입니다. 누라리혼의 손자에서는 관동 요괴 집단 누라구미의 초대 총대장, 손자 누라 리쿠오의 할아버지로 나옵니다. 남의 집 밥과 과자를 얻어먹으면서도, 음양사 집안에서조차 그냥 할아버지로 보일 만큼 존재감이 미끄럽습니다. 지옥선생 누베에서는 남의 집 고급 술을 마시던 노인이 사실은 잊힌 손님 신이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요괴워치에서는 원판 이름이 누라리혼이며, 국내에서는 아수라로 불립니다. 같은 이름을 빌려도 작품마다 온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무서운 두목일 때도 있고, 의리 있는 노장일 때도 있고, 존재감이 희미한 손님일 때도 있습니다.
3. 총대장이라는 이름은 후대가 입힌 옷

많은 사람이 누라리혼을 백귀야행의 선두, 요괴들의 총대장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미지는 강력합니다. 다만 민속 현장에서 그렇게 전해져 온 이야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림책의 빈칸을 후대 해설과 만화, 애니메이션이 채우면서 직책이 생긴 쪽에 가깝습니다. 그림에서 앞쪽에 그려져 있다는 점을 근거로 우두머리로 읽은 해석이 있었고, 그 해석이 도감을 거쳐 대중에게 퍼졌습니다. 오카야마 쪽에서는 바다의 문어나 해파리와 겹쳐 보기도 하고, 그림마다 머리 길이와 옷차림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래도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한눈에 잡히지 않는 노인, 그리고 자리를 자기 것처럼 쓰는 태도입니다.
게게게의 키타로 3기 이후 누라리혼이 키타로와 맞서는 나쁜 요괴들의 우두머리로 반복해 나오면서, 총대장이라는 인상은 거의 상식이 되었습니다. 원작과 초기 애니메이션에서는 한 회성 악역에 가까웠던 인물이,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숙적의 자리로 올라간 경우입니다. 누라리혼의 손자는 그 직책을 선역 쪽으로 뒤집었습니다. 작은 체구의 노인이 차와 과자를 얻어먹으면서도, 필요할 때는 백귀야행을 이끄는 노장이 됩니다. 젊은 시절의 모습은 야쿠자 두목을 연상시킬 만큼 날카롭고, 늙어서는 호리병박 머리의 숨은 어른이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누라리혼의 몸은 호리병박 머리의 노인입니다. 누라리혼의 버릇은 바쁜 집에 앉아 차를 마시는 일입니다. 누라리혼의 직책인 총대장은, 빈 설정을 이야기가 채운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 요괴는 아직도 매력적입니다. 원래 설명이 짧았기에, 보는 사람마다 다른 누라리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검색으로 이 글을 찾으신 분이든, 인공지능에게 누라리혼이 누구냐고 물으신 분이든, 우선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길게 빠진 뒤통수, 저녁의 찻잔, 나중에 붙은 총대장이라는 이름입니다.
저녁 무렵 누군가 너무 자연스럽게 상석에 앉아 있다면, 한 번만 다시 보시면 됩니다. 그 사람의 뒤통수가 조금 길지 않은지, 차는 누구 잔인지, 집주인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 그 세 가지가 어긋나 있다면, 그때는 손님을 의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누라리혼은 문을 부수고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미 주인인 척하고 앉아 있을 뿐입니다.